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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증시/미국 증시

트위터와 레딧 - 똑똑한 레밍으로 살아남기

by 치즈돈까스재테크 2021. 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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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적으로 발표되는 실적치와 공시, 원자재 재고량과 실업률 등 각종 경제 지표, 티브이에서 나오는 속보 등은 주가를 크게 흔들어 놓는 펀더멘탈 측면의 이벤트들이었고 현재도 발표하기 전부터 관련 주식 매매 창을 켜놓고 지켜보곤 합니다. 

몇 년 전부터는 특이한 일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인플루언서들의 SNS 활동이, 게시글 하나가 주식 시장 전체를 흔들어 놓을 수 있다는 걸 사람들이 깨닫고 투자 결정으로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트럼프의 트위터 한마디로 미중 무역 전쟁의 판도가 뒤바뀌는 것처럼 주식 시장이 움직이거나, 고용률과 미래 성장률이 트럼프의 엄지 손가락 끝에서 결정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물론 이전에도 거물들의 언행은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대통령들의 신년사, 경제 계획, FED 의장, 워런 버핏 등 티브이나 인터뷰에서 한마디 하면 주가는 바로 요동쳤죠. 티브이나 인터넷이 조금이라도 빠른 것이 중요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인플루언서들의 영역이 전통적인 미디어에서 인터넷 공간으로 옮겨진 것 같습니다. 


그중에서도 메테오 급 영향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일론 머스크, 테슬라의 CEO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일런 머스크가 이 시대의 천재고 선구자이자 새로운 시대를 열어줄 개척자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을 우주 밖으로 보내겠다는 그의 원대한 비전은 초창기에는 웃음만을 샀으나 전기차와 지하 터널을 통한 하이퍼루프, 태양광 사업, 스페이스 x 등 기술 진보를 한 단계씩 가속화시키며 사람들은 점점 그의 말에 믿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와중 일런 머스크는 무슨 생각인지 '테슬라는 고평가 되어있다'라고 트윗을 올리고 그날 테슬라 주가는 급락합니다. 한 기업의 총수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어떤 의도였을까요. 연이어 그가 트위터에 남기는 게시글은 해당 기업의 주식을 폭등시킵니다. 온라인 쇼핑몰 Etsy를 좋아한다고 트위터 했을 때도, 페이스북의 프라이버시 정책 변경에 따른 signal 메신저 앱을 사용하라고 했을 때도 (이 때는 사람들이 오해해 signal advance라는 전혀 상관없는 주식을 매수해 6400%나 급등하는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주식은 고공행진을 했습니다. 

 

이번 게임스탑 사태에도 일런 머스크는 큰 일조를 했습니다. 150달러 선에서 머물고 있던 GME 주가는 일런 머스크가 트윗을 하고 난 이후에 100% 급등을 했습니다. 개인 투자자들에게 확신과 동기부여를 준 것일까요? 이후에도 일론 머스크는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비판적인 글을 작성합니다. 급락한 이후 추가 투매가 나올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롱 포지션을 홀딩하며 주가를 다시 350달러 선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일런 머스크의 영향력은 주식시장을 넘어 암호화폐까지 뻗어 나갑니다. 트위터 프로필에 #bitcoin이라고 한 줄 적어놓았을 뿐인데 비트코인은 20% 가까이 가격 상승을 보여주었습니다. 

예전에 봤던 영화 중에서 짐 캐리 주연의 '브루스 올마이티'라고 있습니다. 평범한 인간이 신의 능력을 얻어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린 코미디 영화인데, 지금 상황을 보면 '일론 올마이티'로 속편을 하나 더 제작해도 될 것 같습니다. 

 

또 하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 레딧에서 일어나고 있는 개인 투자자 집단행동입니다. 이전까지는 여러 개로 나누어져 있는 커뮤니티 사이트에 자신의 분석글을 올리고 몇몇의 투자자가 동조하는데 그쳤다면 이번에는 투자자들이 하나의 타깃을 정해서 집단으로 매수하는 행동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금 주식 시장에서 보이고 있는 현상들은 Herd Behavior라고 좋게 말하면 스마트 머니의 이동을 감지해 한 방향으로 포지션이 쏠리면서 투자자들의 알파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기회로 보일 수도 있고, 안 좋게 말하자면 생각 없이 동조하는 레밍 효과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기업의 펀더멘탈을 생각해 계산된 리스크를 지고 들어가기보다는 집단행동으로 시장 조작을 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으니까요. 

Robinhood 브로커리지가 매수 규제를 걸어 놓고 헷지펀드만 거래가 가능하게 했다는 의혹에 휩싸여 많은 질책을 받았습니다. 이미 들어간 포지션을 청산하는 것만 가능했기 때문에 신규 매수가 불가능해 공매도 기관의 손실을 완화시켜 주려는 것이 아니었냐는 주장들이 나오면서 결국 투자자들과 정부 관계자들의 비난에 로빈후드는 손을 들고 제한을 완화시켰습니다. 

 

증권 업계 내부에서는 마진 거래와 옵션 거래의 접근성이 완화되어 초보 투자자들의 리스크 고려 없는 포지션 진입이 시장 전체에 대한 변동성을 확대시킬 수 있다는 염려가 있었고, 로빈후드는 이를 구실로 거래 제한의 정당성을 어필했습니다. 그러나 로빈후드의 거래제한 행위는 이해관계의 충돌과 금융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 저하 책임이 있습니다. 

로빈후드는 이전에도 대형 증권사를 통한 위탁 거래 사실을 투자자들에게 고지하지 않았다는 명목으로 처벌을 받은 전적이 있습니다. SEC등 규제 당국의 지시 하에 거래를 제한시킨 것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시행했기 때문에 시장 조작의 혐의를 피해 가기도 쉬워 보이진 않습니다. 취지가 변동성이 높은 주식을 거래함에 있어 투자자를 보호하려는 목적이었다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대형 증권사와 헷지펀드등과의 이해관계를 정확하게 고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제공하는 거래 서비스 시스템 신뢰도 자체에 악영향을 끼치고 더 나아가 금융 시스템 전반에 불신을 키워 유동성을 축소시킬 염려도 있습니다. 


개인 투자자로써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는 기존의 전통적 미디어를 통한 정보 취득에 더불어 인터넷 공간에서 트렌딩 되고 있는 정보들 또한 투자 결정의 요소로 취급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것이 인플루언서나 집단행동 추종을 통한 단기 방향성 매매이던, 펀더멘탈 대비 주가 상승 폭에 따른 리스크 고려 측면이던 말입니다. 

이번 공매 비율 상위 종목에 대한 집단 행동, 일명 reddit발 market frenzy는 대형 헷지펀드 사들의 포트폴리오 구성 종목 대량 매도로 이어지며 시장 변동성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고려됩니다. 또한 신규 시장 참여자들의 마진 거래와 옵션 거래는 시장의 하락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하락폭을 키울 가능성도 있습니다.

 

미국 시간으로 목요일과 금요일 장에서 3% 가까운 하락으로 한국 장에도 영향을 끼쳤는데, 단시간의 가파른 상승에 대한 피로감으로 조정의 구실을 찾던 중 먹이를 던져준 것과 같습니다. 

 

급등하는 종목에 올라타는 것을 말리는 것은 아닙니다.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를 팔로우하고, 레딧을 지켜보다가 단기간에 굉장히 큰 시세차익을 얻고 나올 수 있다면 레버리지를 써서라도 들어가는 것이 맞겠죠.

그러나 서 있는 곳이 높을수록 추락할 수 있는 높이도 크다는 점을 항상 생각하고 변동성에 대한 대응 방안이나 헷지 방법을 마련해 놓고 투자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상승 이슈가 상식적인지에 대해서도 잠시 시간을 갖고 생각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똑똑한 레밍이 되어 높은 곳의 풍경을 바라보고 적당히 만족한 뒤에 더 이상 오르지 않고 내리는 것이 절벽에서 밀려 떨어지지 않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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