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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증시/경제개념정리

아케고스 사태/ CFD / 마진콜 / 패밀리오피스

by 치즈돈까스재테크 2021.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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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금요일 월가를 뒤흔든 일이 있었습니다. 바로 2천 년대 아시아 타이거 매니지먼트를 운영하던 펀드매니저 빌 황(Bill Hwang)이 이끄는 패밀리 오피스, 아케고스 펀드의 마진콜 사태입니다. 잘 설명이 되어 있는 기사가 있어서 첨부하겠습니다. 

 

월가 뒤흔든 아케고스 파문…'패밀리 오피스' 10년만의 기습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 디폴트 사태로 최근 미국 월가를 뒤흔든 헤지펀드 아케고스 캐피털이 한국계 투자자 빌 황(57·황성국)이 운영하는 ‘패밀리 오피스(family office)’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mnews.joins.com

 

한국계 빌 황의 아케고스 사태 ‘일파만파’…크레디트스위스 3조원대 손실 전망

스위스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CS)가 아케고스 캐피털 사태로 3조원대 손실을 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한국계 펀드매니저 빌 황이 이끄..

biz.chosun.com

용어들을 처음 접하신 분들이라면 기사 전체가 외계어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쉽게 바꿔서 설명을 해보려고 합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악령은 아직 우리 곁에서 배회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금융 시스템에는 아직 허점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높은 레버리지 사용의 양면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뒤에 설명할 것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배경 설명부터 시작하겠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에서 법에는 어긋나지 않지만 굉장히 투기적이고 공격적인 성향의 금융 상품들을 만들어서 거래하던 헤지펀드들과 대형 금융사들, 그리고 신용평가사들에 대한 재정 건전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정부 당국은 basel III와 도드 프랭크 법 등을 입법시켰습니다. 입법의 취지는 조금 더 타이트한 규제와 감독으로 또 다시 금융 시스템 전반이 도미노처럼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습니다. 

그 중에 도드 프랭크 법은 첫 번째 기사에서도 나와 있듯이 헤지펀드들의 거래 내역을 요구하고 규제하는 법안이었지만 외부에서 받은 돈 없이 자기 자본으로 운영하는 패밀리오피스 같은 경우에는 이 규제에서 자유로웠습니다. 

때문에 수익률이 높은 다수의 펀드 매니저들은 자신들의 헷지펀드를 패밀리 오피스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적절한 예시일지는 모르겠지만 내돈내산 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내돈내산 아이템 리뷰들은 제품에 대해서 좋게 말해줘야 하는 규제 에서 조금 자유로우니까요. 


논란의 중심, 빌 황(Bill Hwang)은 누구인가?

한국계 미국인 빌 황 (황성국)도 굵직한 펀드매니저였습니다. 중국은행과의 내부거래 때문에 한동안 월가의 블랙리스트에 올라가 있었던 그였지만 워낙 수익률이 높고 은행에 가져다주는 수수료가 뚱뚱했기에 대형 IB들은 결국 다시 그와의 거래를 재개했습니다. 그가 관리하는 아케고스 펀드는 2020년 기준 100억 달러에 이릅니다. 

패밀리오피스는 외부 투자자들을 유치해서 자본을 모을 수 없지만 파생상품들을 통한 레버리지는 얼마든지 일으킬 수 있었습니다.

펀드매니저의 명성은 관리하는 펀드의 수익률과 직결됩니다. 그러나 기본적인 기초 자산(주식)에 대한 배팅으로는 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어렵습니다. 펀드의 규모가 너무 크기 때문에 매입 매도 시 침식되는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또한 매입 포지션 사이즈가 크기 때문에 걸핏하면 대주주 요건에 걸려 공시로 포지션 노출이 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회전율을 통한 수익률 증대보다는 파생상품에 내재되어 있는 레버리지를 이용한 방향성 매매를 시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에 빌 황이 이용한 파생상품은 TRS와 CFD라는 장외 파생상품입니다. 


TRS? CFD?

요즘 경제 기사에 많이 보이기 시작한 CFD와 TRS는 각각 차액거래와 총수익 스왑거래를 뜻합니다. CFD가 TRS 안에 속하는 것 같지만

각각 담보(collateral)를

- TRS는 기초자산인 equity(주식)으로 잡아 일정 손실폭 이상일 때는 정리매매가 나가지만 

- CFD는 증거금을 담보로 잡고 추가 증거금을 내면 정리매매를 피할 수 있습니다. 

스왑의 롱 혹은 숏 포지션 매수자는 매도자에게 수수료 비용, 이자와 프리미엄까지 내고 매도자는 매수자를 위해 원하는 사이즈만큼 기초자산 포지션을 구축해 줍니다. TRS나 CFD 방식의 거래는 OTC로 투자은행과의 네고.. 협상을 통해서 레버리지 비율이나 프리미엄 등을 정할 수 있습니다. 

매수자의 신용이 좋은만큼 IB가 가져가는 수수료에 대한 헤어컷이 적을 것이고 그 반대의 경우 프리미엄이 클 것입니다. 

여기서 잠깐. 이게 뭔 소릴까요? 쉽게 설명해준다면서 또 자기 혼자 떠들고 있었던 것 같네요.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저는 전재산이 10만원이 있습니다. 제 가상의 친구 민수는 6천만 원이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저는 한주에 50만 원짜리 주식 A를 사두면 3개월 후에 주가가 크게 오를 것이라 믿지만 제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은 1주도 되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제 능력과 신용에 의구심을 품을 수 있지만 민수는 다릅니다. 이미 저와 오랜 기간 알고 이런 거래도 여러 번 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민수에게 A 주식 100주를 사달라고 부탁합니다. 거래 수수료가 0.1프로라고 했을때 민수가 주식 A 100주를 구매하는데 드는 비용은 (50만 원*100주=5,000만 원) + (50만 원*100주*0.001=5만 원), 총 5,005만 원이 나갔습니다. 여기서 저는 수수료 비용 5만 원에다가 거래해준 민수에게 3만 원을 얹어주고 3개월 후에 5천만 원을 돌려주기로 합니다. 

저는 8만원을 내고 5000만 원짜리 주식에 대한 권리를 취득했습니다. 저는 민수와의 거래를 통해 625배의 레버리지를 만들어냈습니다. 이제 A 주식이 1퍼센트만 올라도 저는 투자금 대비 625퍼센트의 수익을 거둘 수 있습니다. 

근데 만약 3개월 후에 1퍼센트가 떨어져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저는 제 권리를 다 팔아도 4950만원인데 민수에게 갚아야 할 돈은 5천만 원입니다. 전재산 10만 원 중에 8만 원은 계약을 위해 썼기 때문에 제 수중에 있던 돈은 2만 원이고 민수는 화가 잔뜩 날 것입니다. 48만 원은 떼이게 생겼으니까요. 

민수는 바보가 아니기 때문에 애초에 제 주머니 사정을 알면 100주를 다 사주진 않을 것입니다. 혹은 사주게 되어도 A 주가의 흐름이 좋지 않을것 같으면 저보고 담보로 돈을 더 맡기라고 할 것입니다. 돈 떼일 가능성(리스크)을 그나마 줄일 수 있기 때문이죠. 만약 돈을 더 담보로 넣지 않으면 민수는 저와의 계약을 파기할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 거래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죠. 거래를 한다면 얹어주는 금액(프리미엄)을 전보다 훨씬 더 많이 요구할 것입니다. 


여기서 민수=투자은행, 저= 헤지펀드, 그리고 계약 = CFD입니다. 담보로 돈을 더 넣으라고 요구하는 것은 마진콜이고요. 

통상 CFD 증거금(margin)은 10퍼센트에서 40퍼센트로 2.5배에서 최대 10배의 레버리지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제가 민수와의 거래에서 만들어냈던 625배의 레버리지는 민수가 저와 사랑에 빠졌거나 나사가 빠졌다면 가능한 수치겠으나, 민수(투자은행)들은 똑똑하니깐요. 


TRS와 CFD 사용의 장점

CFD를 이용했을 때 좋은 점은 무엇이냐하면 CFD 매수자는 실제로 그 기초자산 (주식)을 들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주주 요건에 해당되어 공시할 의무도 없고 그에 따른 규제도 없으며 세금 측면에서도 유리한 면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같이 개인이 기초자산에 대한 공매도가 금지되어 있을 때, 예전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전문투자자 자격이 되면 CFD 계약을 통해서 주가 하락에 배팅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입니다. 

 

공매도는 왜 뜨거운 감자가 되었을까

일단 공매도(Short-sale, Short)라는 단어 자체가 생경한 분들이 있을 것 같아서 설명드리고 시작하겠습니다. 공매도란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다른 투자자에게서 주식을 빌려오는 동시에 시장에 팔

today-stock.tistory.com

그러나 이번 빌 황이 CFD와 TRS등 장외파생상품을 이용한 가장 큰 이유는 펀드의 포지션 노출 없이 레버리지를 일으켜 높은 알파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헤지펀드 같은 경우에 들고 있는 주식과 배팅한 방향이 노출되었을 때에는 알파 수익이 많이 갉혀 먹히게 되고 심한 경우에는 코너로 몰아서 숏 커버링 또는 롱포지션 청산을 이끌어 낼 수도 있습니다.

이번 GME 사태 때 숏/감마 스퀴즈를 노리고 합심해서 주가를 끌어올린 것도 헤지펀드들의 숏 포지션이 노출되었기 때문입니다. 

 

숏 스퀴즈 (Short Squeez), 왜 쥐어짜? feat.GME

우리나라에서 개인 투자자는 특정 요건을 만족하지 않는 이상, 주가가 상승하는 것으로만 수익을 거둘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관과 외국인, 전문 투자자들은 주가가 하락하는 것으로도 차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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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황이라는 호랑이가 잡아먹은 희생양들, 크레딧스위스와 노무라

빌 황은 viacomCBS와 바이두 등을 포함한 중국 기술주에 막대한 롱 포지션을 구축했었는데 ViacomCBS가 유상증자를 통해 20% 가까이 급락하면서 마진콜이 발생했습니다.

증거금을 추가 납부하지 못한 아케고스 펀드의 포지션에 대한 강제 청산 (forced deleveraging)이 나가면서 330억 달러의 블록딜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블록딜의 주체는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노무라와 크레딧스위스였는데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손실 없이 계약에서 빠져나오는 데 성공했으나 노무라와 크레디트스위스는 각각 20억,40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습니다. 

아케고스 펀드의 예전 이름인 타이거 펀드의 희생양이 되었다는 언어유희 같습니다. 노무라와 크레딧스위스는 많은 손실을 입었습니다.

50억 달러로 5배 레버리지를 냈다고 알려진 빌 황은 펀드 NAV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손실을 입었을 뿐만 아니라 그의 명성에 금이 가게 되었습니다. 알려진 바로는 헷지도 하지 않고 네이키드 포지션을 가져갔다고 합니다.


빌 황은 왜 이런 무모한 포지션을 들고 있었던 것일까요?

우리는 여기서 더 큰 숲을 보아야 합니다. 미국은 헤지펀드의 비중이 굉장히 큽니다. 그런데 헤지펀드는 수익률이 곧 법이고 그런 높은 알파 수익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공격적인 투자를 해야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치 이번 아케고스 펀드의 전략처럼 말이죠. 

ViacomCBS와 디스커버리, 그리고 중국 기술주들은 시장 주도주가 아니었습니다. 굉장히 가파르게 수익을 내고 있었기 때문에 연일 신고가를 갱신하는 요즘 시장에서 어쩌면 빌 황은 '클라스는 영원하다'라는 소리를 들으며 이번 연도 수익률을 자랑스럽게 선보일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시장 전체가 급락하는 상황이거나 헤지펀드가 들어가 있는 주식들이 연달아 폭락하게 되면 TRS나 CFD 같은 고 레버리지 상품들은 시장에 충격을 더 크게 주는 뇌관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노무라와 크레딧스위스 등의 CFD 계약 체결이 2008년 CDO 스퀘어 등의 상품 판매와 다를 것이 없다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2008년에는 주택 시장이 무너질 일이 없다고 생각해서 만들어나갔던 고수익 장외파생상품이었고, 이번 사태도 증시가 무너질 일이 없다고 생각해서 체결했던 장외파생상품이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이번에는 증시에 큰 영향을 주지 않고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금융 시스템의 허점에 대해서 들여다볼 수 있는 중요한 이벤트였다고 생각합니다. 

대형 은행들이 뚱뚱한 프리미엄 챙기기에 급급해 due diligence(신의성실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것은 입증하기 굉장히 까다로운 일이긴 합니다. 그러나 금융 시스템의 중추에서부터 리스크 관리에 실패했다는 것은 언제든지 다시 붕괴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개인 투자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무엇일까요? 

저런 엘리트 집단도 무언가를 맹신하고 대비책 없이 과도하게 공격적인 포지션을 구축하게 되면 폭탄 손실을 맞는다는 점입니다. 그러면 저희라고 안 그럴까요? 

요즘 시장이 아무리 좋다고 한들 그게 제가 들고 있는 주식과는 관련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물려 있다고 해서 언젠가는 오른다고 생각하거나, 신용/미수 거래를 통해 핸들링하기 어려울 정도의 레버리지를 일으킨다거나 하는 것들이 습관화가 되면 한번쯤은 손실폭이 생각보다 깊게 나오는 것 같습니다.

주식은 포커와 많이 닮아있습니다. 나의 패와 테이블 위에서 플레이하는 선수들의 마음을 읽고 확률적 접근을 통해 최적의 사이즈를 배팅하는 것이 중요한 것은 닮은 점들 중 하나입니다.

물론 배팅해야 할 자리에서 크게 배팅할 수 있는 것도 트레이더의 중요한 자질 중 하나라고 생각은 하지만 항상 리스크 관리와 시나리오 수립 이후에 철저한 확률적 접근으로 시도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틀린 점 지적이나 의견 혹은 질문이 있다면 언제든 댓글로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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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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